수입차 업계, “고난의 행군” 본격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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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계, “고난의 행군” 본격 돌입
  • 강필립
  • 승인 2009.02.0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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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배출가스 규제 대폭 강화돼

고환율과 금융경색, 경기 악화 등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수입차 업계의 어려움이 비관세 장벽의 강화로 정점에 도달했다.

배출가스 관련 부품이 고장 나면 정비 지시등을 점등시켜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OBD(On-Board Diagnostics) 의무화가 2005년부터 시작돼 올해부터는 전면적으로 확대해 시행되고 있다.

특히 유해 배출가스 규제는 환경부가 지난 2007년 개정•공포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전부개정령안’에 따라 휘발유차는 미국 기준인 캘리포니아 배기가스 평균배출량관리제도(FAS) 수준으로, 경유차는 유럽 기준(유로5 시행 예정)으로 올해부터 적용한다.

우리 나라는 유럽/일본의 휘발유차가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휘발유차는 미국산 또는 미국 수출이 가능한 차량만, 디젤차는 유럽산 또는 유럽 수출이 가능한 차량만 국내에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수출용 모델이 없는 유럽/일본의 휘발유차 수입이 불가능하게 된 요인은, 유해가스 배출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인 경우보다는, 고장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인 OBD를 미국식으로 장착해야 하는 것이 주 원인이다.

유럽/일본의 자동차는 배기량이 작을수록 대 배기량 중심인 미국 수출용 모델을 생산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해당 모델을 국내에 수입하려면 한국 수출용 모델을 별도로 생산해야 하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도 연간 수천대 정도에 불과한 한국시장만을 위해서 많은 개발비를 투자하고 별도의 생산라인을 둔다는 것은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다.

디젤 차량은 유럽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유럽에 수출하지 않는 미국산은 수입할 수 없지만 디젤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낮기 때문에 미국 브랜드의 수입사는 규제 강화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유럽 브랜드는 미국 수출 버전이 없는 소 배기량의 휘발유 모델을 대신해 고육지책으로 원가가 높은 디젤차로 라인업을 재정비했지만, 경유에 적용되는 세율의 상승으로 경쟁력이 약화돼 치명타를 입었다.

또, 알파 로메오, 세아트 등 미국시장에 상륙하지 않은 중소형차 중심의 유럽 브랜드는 국내 상륙 자체가 힘들게 되었다.

일본 브랜드는 실용적이고 연비가 좋은 경차로 라인업을 확대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싶어도 미국 수출모델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 브랜드 병행 수입사는 최악의 경우다. 이효리의 차로 유명해진 닛산 큐브, 마치, 다이하쓰 코펜 등 공식 수입사에서 판매하지 않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경차의 판매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닛산이 큐브의 미국 수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빨라야 년말 정도로 예상되고 그 또한 불투명하다.

수입차만을 볼 때, 환경규제 강화는 취지와는 달리 친환경의 추세를 역행한 모양새다. 연비가 좋은 소 배기량의 유럽/일본차는 미국 시장에서 대부분 판매되지 않기에 미국 수출용 버전이 있는 대 배기량 중심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이 형성돼 결과적으로 석유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환경규제라는 비관세 장벽에 가로막혀 시장에 맞는 라인업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환차손에 따른 손실까지 겹쳐 본사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병행수입 업계는 고환율 탓에 본사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공식 수입사와의 경쟁력이 현격히 약화돼 고사 직전에 이르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수입차 업체는 4월의 모터쇼에 나가지 않는 것이 한국시장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비관세 장벽을 통해 대중적인 소형차 수입을 가로막고 있으면서, 가장 대중적 행사인 모터쇼에 나오지 않는다고 돌을 던질 수 있는지 한국적 상황을 돌아볼 일이다.

규제조치 강화는 유해가스 배출과는 크게 상관없는 체크시스템의 방식 차이를 이용해, 수입차 시장의 성장을 억제하고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는 성공했지만, 소비자의 선택폭은 줄어들게 되었다.

유럽차 수입사들이 한-EU FTA 체결에 따른 비관세 장벽 철폐로 “고난의 행군”을 마칠 때까지 버텨 주어야, 그 이후 값싸고 경제적인 다양한 자동차를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아주 힘든 고통의 시간이겠지만 희망이 실현될 때까지 어려움을 참아내길 수입차 회사들에 바란다.

(사진: 매력적이지만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대표적인 유럽산 소형차인 알파 로메오 미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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