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CULTURE/아침고요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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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CULTURE/아침고요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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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11.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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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감성을 깨워주는 신비의 정원, 아침고요수목원


축령산 기슭 한쪽에 자리잡은 아침고요수목원은 지금 한창 단풍 향을 머금은 신비의 정원으로 바뀌었다. 울긋불긋 비단옷을 입은 자연은 온갖 스트레스로 가득한 우리의 잠든 감성을 하나하나 깨워 준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지금처럼 가을에 가도 좋지만 사실 4계절 언제라도 상관없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자연처럼 이곳도 우리를 그렇게 반겨줄테니까…

글. 최윤정【본지기자】사진. 차영호【중앙스튜디오】


학창시절 기억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 하나가 바로 가을만 되면 발갛게 잘 익은 단풍나무 아래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받는 일이다. 교정 곳곳에 있는 단풍나무에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단풍 받는 일은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무척이나 어렵다.

우연히 떨어지는 낙엽을 아주 우연히 잡아야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어디서들 들었는지…. 하지만 사랑이 쉽게 오지 않는 것처럼 낙엽도 내 손에 무작정 잡히지 않는다.

일부러 나무를 흔들어 보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나무 밑에 달려가 기다리기도 해보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애초에 사랑과 동급으로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가 사진 찍는 일이다. 학교 교정이나 가까운 공원에서 친구들과 단풍나무 한 그루씩 잡고 어색한 미소 지어가며 찍은 사진들은 누구 나 한 장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낙엽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웃는 다는 그 시절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인공미 배제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

아침고요수목원은 서울에서 1시간쯤 떨어진 곳에 있다. 물리적인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가슴으로 느껴지는 거리는 몇 시간쯤 가야 하는 시골에 온 기분이다.

축령산 자락에 펼쳐진 수목원은 단풍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한 걸음에 달려가 여기 저기 둘러보고 싶었지만 일부러 천천히 걷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 몸은 어느새 날개를 달았는지 발걸음에 리듬이 실린다.

유달리 세 명, 네 명씩 온 아줌마들이 많이 보인다. 사진 좀 찍어 달라는 말에 선뜻 받아든 카메라 속 렌즈는 40대 중년의 모습이 아닌 19살 소녀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쑥스러운 듯 바라보는 그들을 보면서 가슴 한 쪽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낀다.

수목원은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인 한상경 교수(52세)가 부인 이영자 씨(50세)와 외국의 잘 가꾸어 놓은 정원들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은 화전민들이 밭농사를 짓던 곳이었지만 20년 동안 버려진 땅이어서 전기나 수도도 들어오지 않았던 곳이었다. 아내와 제자들과 함께 땅을 고르고 나무를 심으며 4년 동안 고생을 해 수목원을 가꾸고, 이름도 한국의 고요한 아침이란 뜻으로 '아침고요'라고 지었다.

전체적으로 테마가 있는 정원들로 구성된 아침고요수목원은 작은 정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지만 넓게 보면 커다란 또 하나의 정원이 된다.




단풍에 취하고 가을에 취하고

지금부터 아침고요수목원은 우리 집 정원이고 난 이곳에 주인이 된다.

'시가 있는 산책로'를 따라 문학소녀가 되기도 했다가 '단풍정원'을 보며 가을 타는 여자로 변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하경정원'을 둘러보며 꽃에게 또 다른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원래 갖고 있던 이름과 이미지를 벗어나 다른 이름과 이미지를 갖는 것, 어쩌면 가장 달콤한 일탈(逸脫)이 아닐지….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다른 생명체에 대입시켜 즐겁게 상상해보자.

수목원과 산을 연결시켜주는 나무다리는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미지의 통로다.

울퉁불퉁 목표를 향해 올라가는 길은 험할수록 좋겠다. 목적에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은 훨씬 크니까….

'하경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수목원은 바라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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