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폴크스바겐으로 옮긴 베르느드 피체츠리에더 전 회장이 대표적인 경우. 스페인 지역서 새 브랜드 출시를 담당하게 된 그는 일찌감치 폴크스바겐의 차기 회장감으로 점찍혀 있다. 피체츠리에더 전 회장 아래서 회사를 이끌던 월프강 레이츨 부회장도 최근 포드로 자리를 옮겼다. 재규어, 랜드로버, 링컨 등 포드의 고급차종을 담당하는 `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의 회장으로 발탁되었다. 이밖에 GM, 볼보, 포르쉐, 심지어 숙적 아우디에까지 BMW 출신들이 포진해있어 업계 내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MW 본사가 위치한 뮌헨을 본 따 `뮌헨 동문'으로 통하는 이들이 이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업체마다 고급차 시장을 최근 판매 부진의 대안으로 삼고 있기 때문.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BMW만의 독특한 경영수업을 거치며 관련시장서 잔뼈가 굵은 이곳 출신들은 대부분 경쟁사에 가서도 고급기종 출시에 대거 투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BMW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BMW가 기술력 집중으로 벤츠를 따라잡은 경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며 `경영진 스카웃은 그같은 경험을 도입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위 경영진의 잇단 `배신'에도 BMW는 느긋하다는 표정이다. 93년까지 23년간 회사를 이끈 본 켄하임 전 회장이 구축한 BMW만의 독특한 경영방식에 따라 경영공백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BMW는 본 켄하임 회장의 밀착경영 지시에 따라 각 임원이 특정 부하직원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부재시 어느 때고 대신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놓았다. 이와 관련해 모든 임원은 자리를 옮길 경우를 대비해 자신을 대체할 인물을 미리 비밀리에 지목해놓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 5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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