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칼럼/공부 안 해도 버틸 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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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칼럼/공부 안 해도 버틸 만합니까?】
  • cartech
  • 승인 2003.02.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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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본지 기술고문」

올해가 2003년이니, 지난 98년 월간 <카테크>에 칼럼을 연재하다 글을 중단한 게 잠시라고 생각했는데 그 ‘찰나‘가 실상은 수년이 흐른 것을 보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얘기가 실감이 난다.

모처럼 ‘필’을 들었는데 가급적 딱딱한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조금 옛날 일을 생각해 보았다. 약 5년 전인 98년 11월 어느 날 갑자기 날이 추워진 적이 있었다. 그때가 아마 수능고사 전날인 걸로 기억된다. 미아리인가 어디선가는 눈이 내렸는데 아마 비듬(?)으로 착각할 정도의 눈이었는지 당시 신문사에는 그게 첫 눈이냐 아니냐로 문의가 쇄도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처음 눈은 바람에 날려 온 거라서 눈으로 대접하기엔 너무 과잉대접 같아서 비듬, 아니 안 온 걸로 쳤는데 그 후에 온건 진짜 눈으로 인정한다 하여 당시 젊은애들은 초장 멘트에 동조해 그런가보다 하고 어리삥하게 대충 넘어갔다가 결국 방심하는 사이에 첫 눈 놓쳤다며 입에서 식은 소리를 뱉어냈었다.

일부는 그런 것도 눈 축에 들어가는 거냐고 볼멘소리를 했었다. 그때는 IMF고 뭐고 그래도 눈이 오면 강아지마냥 좋은 기분이 드는 건 이해가 가지만 98년도 겨울의 크리스마스는 사회적으로도 그다지 ‘띵까띵까’할 분위기가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뭐, 바로 한 달 전인 2002년 크리스마스 때도 징글벨 소리는 한번 밖에 못 들어 볼 정도로 을씨년스러웠으니 하물며 그때는 더 했을 게다.

그때 더구나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제멋대로 7개나 강등시키고는 이제 대충 원위치 되었다고 하는데, 뭐 그런 제 맘대로의 평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적 분위기가 연말연시에 들떠서 달빛내리는 바닷가 뻘 밭의 게들이 나들이 나온 모양 집 놔두고 죄다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는 무슨 약속들을 길바닥에서만 하는지 공연히 우왕좌왕하였다.

살기가 진짜 좋아진 것 같지는 않은데 매스컴의 장난이 엄청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부터 시작해 올해까지도 지속된 광화문의 촛불시위는 또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한데, 생각해 보면 97년 겨울은 경제적으로 살벌한 때라는 건 지금의 시위와 사뭇 다른 것이었다.

당시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가 거덜나고 거지되는 분위기라서 사람 기분 비참하게 했었다. 백화점에서 수입품 막사는 여편네들이나, 그 한보라든가 뭐라고 하는 늙수구레한 인간이 회사직원을 머슴으로 분류할 때 우리네 인생은 종친 기분이었다.

기름값도 팍팍 올랐었고 하여 몇 달간 지하철 타고 다녔다. 눈이 퍽퍽 쏟아지는 어느 날인가는 15분을 걸어서 떨며 공원을 횡단했다. 버스 삯 500원 아끼려다 감기까지 걸렸다. 그리고 98년 여름, IMF 한파는 가시지 않았는데 오른 기름값에 적응은 왜 그다지도 빨리 되는지 다시 3보 이상 승차로 바뀌었다.

차라리 더운 여름에 지하철 타고 다니면 시원한 에어컨에 예쁜 여자 감상이나 할 수 있는 보너스가 주어지는데 무슨 일을 이 따위로 반대로 한단 말인가? 결국 그 추운 엄동설한에 기름값 조금 올랐을 때는 벌벌 떨며 궁상을 떨더니 시원한 여름 매미소리 들릴 땐 기름값이 더 올랐는데도 차를 끌고 다닌다는 얘기 아닌가?

적응이란 이다지도 싸가지 없는 건가 보다. 초창기 전자제어엔진 나올 땐 그래도 뭔가 배운다고 야단법석에 죽고들 못살더니 한 십년 지나니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편법과 냉소가 판을 친다. 그러다 다시 한파가 몰아치면 또 베짱이가 될텐데….

그 비근한 예를 도처에 볼 수 있었다. 멋진 장비를 가지고 있어도 늘상 별 볼일 없는 고장만 들어오니깐 공부 안 해도 버틸 만했던가 보다. 그러다 돈 좀 될만한 차 한대 미끄러지듯 들어오니깐 화들짝 놀라며 결국 버벅대다가 여기저기 전화해 대고는 언저리에서 찍! 싸고는 “에이 재수없어. 다신 그런 차 안 들어 올꺼야”한다.

그리고 다시 대충 지난다. 그러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면 개미집 쑤신 것처럼 신발 브랜드 마크가 안보이게 줄창 돌아다닐지 모른다. 그렇게 허둥대며 주변사람들에게 빈대 붙어 간신히 대충 해결하고 땀을 닦으며 “에이, X같은 날일세?”라고 한다.

계속 반복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작금의 TV에 나오듯이 경찰서 녹색가운 입고 쭈구리고 앉아있는 장면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남의 자동차 멀쩡한 거 믿고 맡겼으면 잘 보살펴 줄게지 왜 발전기는 사전에 충분한 설득을 통해 작업하지 아니하고 후진 중고로 갈아서 속이고 그 후유증으로 동종업계 사람들을 죄다 돌팔이로 만드느냐 이 말이다.

그 양반 화면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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